[다시 간다]철거 중 건물 붕괴 7개월…‘하도급’ 상처 그대로

2022-01-11 4



앞서 광주의 아파트 외벽이 붕괴된 사건 전해드렸습니다.

지난해 6월 같은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정류장 쪽으로 무너지며 9명이 숨지는 비극이 있었죠.

이곳의 시공사도 현대산업 개발입니다.

오늘 국회에서 광주참사 방지법이 통과됐지만 앞서 사고에서 보셨듯이, 갈 길이 멉니다.

다시 간다, 남영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시내버스가 정류장에 들어서는 순간,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버스와 도로를 덮칩니다.

가림막은 힘없이 주저앉았고, 희뿌연 흙먼지가 주변을 뒤덮었습니다.

이 사고로 버스 승객 9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이경태 / 목격자]
"빵 소리가 났어요. 유리조각으로 (가림막) 천을 찢고 차 안을 봤더니 운전기사님은 그대로 눌린 상태니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고요."

부실공사가 부른 참극이었습니다.

철거계획서엔 건물 상부부터 차례로 철거한다고 돼 있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중간부터 허물면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겁니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3.3제곱미터당 28만 원에 재개발조합과 철거 계약을 맺었지만,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면서 실제 공사비는 4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다시 찾은 현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반 년이 지났지만, 아직 철거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장엔 여전히 휘어진 철근과 건물 잔해가 남아있습니다.

[현장 경비원]
"현장 압류를 시켜놨어요. 쉽게 말하면 6월 9일에 사고 나서 전부 올스톱돼서. 사고 난 차량 하나 빼놓고 싹 나갔어요."

사고 이후 병원치료를 받던 버스 기사는 지난달 결국 운전대를 놓기로 했습니다.

동료 기사들 역시 현장을 지날 때마다 고통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박문수 / 버스기사]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울컥거리고 그러는데. 지나오다가 그 건물 상황을 보면 그 현장이 갑자기 생각나고…"

[김성옥 / 버스기사]
"그날 그 사람이 내 뒤차였어. 다친 사람이. 진짜 무섭지 무서워. (승객이) 살려달라고 하는데 몸이 끼어서 빠지지도 못하고 병원에 실려갔는데…"

시공업체 관계자를 비롯한 사고 책임자 9명과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업체를 연결시켜준 대가로 돈을 받은 문흥식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등 4명은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고, 불법 하도급 비리와 관련한 수사도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불법 하도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한달간 불법하도급이 의심되는 136곳의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실태점검에 나선 결과 46곳이나 적발됐습니다.

[적발업체 관계자]
"전문공정으로 계약을 맺은 걸 하도급 줄 수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게 불법이라는 거예요. (몰랐기 때문에 하도급을 줬다?) 네. 똑같이 하도급 주고."

국토부는 올해부터 인구 50만 명 이상의 지자체 31곳을 대상으로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도 의무화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센터를 운영 중인 곳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진의 / 유가족]
"저희 가족들의 희생을 통해서 불법 하도급이며 불법 철거 이런 문제가 법제화돼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좀더 나은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최수연
AD :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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